확보를 시작한 지 반년쯤 됐을 때 파트너가 제 확보로 처음 진짜 추락을 했습니다. 예고 없이 떨어졌고, 저는 잡았지만 몸이 벽 쪽으로 끌려가면서 무릎을 부딪혔고 파트너는 생각보다 길게 떨어졌습니다. 그날 저녁 파트너가 "다음부터는 연습 좀 하자"고 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확보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로프를 주고받는 것만 익히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확보자가 실제로 무엇을 연습해야 하는지, 지상에서 시작해 계획된 추락 연습까지 어떤 순서로 하면 되는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확보는 왜 따로 연습해야 하나확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로프를 당기고 내주는 동작만 반복합니다. 그런데 정작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은 추락하는 몇 초입니다. 그 몇 초는 실..
암장 장비점에서 그리그리를 사려고 진열대 앞에 섰다가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그리그리, 그리그리 플러스, 네옥스가 나란히 있고 가격은 5만 원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옆에 있던 후배는 중고 장터에서 그리그리2를 싸게 봤다며 그걸 사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같은 이름을 쓰는 장비인데 뭐가 다른지 그 자리에서 설명을 못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리그리가 어떤 세대를 거쳐 왔는지, 지금 팔리는 세 모델이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용도별로 무엇을 고르면 되는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역사 글에서 흐름은 다뤘으니 이번에는 구매 기준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리그리 세대 한눈에 보기그리그리는 1991년 첫 모델이 나온 뒤 여러 번 세대가 바뀌었고, 그 사이에 플러스와 네옥스 같은 파생 모델이 더해졌습니다.첫 번째 그리그리는 ..
자연 암장에서 35미터짜리 루트를 60미터 로프로 오른 날이었습니다. 파트너가 완등하고 하강을 시작했는데, 절반쯤 내려왔을 때 제 발밑에 남은 로프가 생각보다 짧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루트 길이만 계산하고 시작 지점이 바위 턱 위라는 것을 빼먹은 것입니다. 로프 끝에 매듭을 묶어둔 상태여서 확보기에 매듭이 걸리며 멈췄고, 파트너는 바닥에서 3미터쯤 위에 매달렸습니다. 매듭이 없었다면 로프 끝이 그리그리를 그대로 빠져나갔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하강 중 로프가 부족해지는 사고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로프 끝 매듭이 왜 필수인지, 그리고 로프 길이를 계산하는 습관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하강 중 로프 부족 사고란확보자가 등반자를 하강시키는 동안 로프 끝이 확보기를 통과해 빠져나가는 사고입니다. 로프 끝이 확..
처음 다른 암장으로 옮겼을 때 리드 벽을 쓰려면 빌레이 테스트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1년 넘게 확보를 해왔으니 형식적인 절차라고 생각했는데, 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로프를 주고받다가 제동손이 잠깐 로프에서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그날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파트너와 할 때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던 습관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암장 빌레이 테스트에서 실제로 무엇을 확인하는지, 어떤 이유로 떨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빌레이 테스트란 무엇인가빌레이 테스트는 암장이 이용자에게 로프 벽 사용을 허가하기 전에 확보 능력을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톱로프용과 리드용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고, 리드 테스트가 더 까다롭습니다. 여기서 리드란 등반자가 올라가면서 직접 퀵드로에 ..
강습 첫날 강사가 시범을 보이는데 뭔가 계속 어긋났습니다. 강사는 오른손으로 로프를 아래로 당기는데 저는 자꾸 왼손이 먼저 나갔습니다. 강사 말대로 오른손을 제동손으로 두려니 손이 어색해서 로프를 제대로 못 잡았고, 왼손으로 바꾸니 이번에는 카라비너 게이트가 손등에 자꾸 걸렸습니다. 왼손잡이라서 그렇다는 걸 알아채기까지 한참 걸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왼손이 제동손인 사람이 확보기와 카라비너를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 강습이나 암장 테스트에서 겪는 혼선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제동손은 어느 손이어야 하나먼저 원칙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제동손은 힘이 더 세고 반사가 빠른 손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제동손이란 확보기 아래쪽 로프를 잡고 추락을 막는 손을 말합니다. 오른손잡이는 오른손, 왼손잡이..
파트너가 오버행 구간에서 연달아 세 번 떨어진 날이었습니다. 리버소로 확보하고 있었는데 세 번째 추락을 잡고 나니 제동손 손바닥이 화끈거렸고, 집에 와서 보니 로프가 지나간 자리에 붉은 줄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음 날 하네스를 잡는데도 손바닥이 쓰라렸습니다. 그때까지 빌레이 장갑은 겨울에나 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이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빌레이 장갑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보기 종류에 따라 장갑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고를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빌레이 장갑이 하는 일빌레이 장갑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첫째, 손을 보호합니다. 확보 중 제동손은 로프가 흐를 때마다 마찰을 받습니다. 추락을 잡거나 하강시킬 때 로프가 손바닥을 빠르게 지나가면 마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