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장 장비점에서 그리그리를 사려고 진열대 앞에 섰다가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그리그리, 그리그리 플러스, 네옥스가 나란히 있고 가격은 5만 원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옆에 있던 후배는 중고 장터에서 그리그리2를 싸게 봤다며 그걸 사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같은 이름을 쓰는 장비인데 뭐가 다른지 그 자리에서 설명을 못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리그리가 어떤 세대를 거쳐 왔는지, 지금 팔리는 세 모델이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용도별로 무엇을 고르면 되는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역사 글에서 흐름은 다뤘으니 이번에는 구매 기준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리그리 세대 한눈에 보기그리그리는 1991년 첫 모델이 나온 뒤 여러 번 세대가 바뀌었고, 그 사이에 플러스와 네옥스 같은 파생 모델이 더해졌습니다.첫 번째 그리그리는 ..
자연 암장에서 35미터짜리 루트를 60미터 로프로 오른 날이었습니다. 파트너가 완등하고 하강을 시작했는데, 절반쯤 내려왔을 때 제 발밑에 남은 로프가 생각보다 짧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루트 길이만 계산하고 시작 지점이 바위 턱 위라는 것을 빼먹은 것입니다. 로프 끝에 매듭을 묶어둔 상태여서 확보기에 매듭이 걸리며 멈췄고, 파트너는 바닥에서 3미터쯤 위에 매달렸습니다. 매듭이 없었다면 로프 끝이 그리그리를 그대로 빠져나갔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하강 중 로프가 부족해지는 사고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로프 끝 매듭이 왜 필수인지, 그리고 로프 길이를 계산하는 습관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하강 중 로프 부족 사고란확보자가 등반자를 하강시키는 동안 로프 끝이 확보기를 통과해 빠져나가는 사고입니다. 로프 끝이 확..
강습 첫날 강사가 시범을 보이는데 뭔가 계속 어긋났습니다. 강사는 오른손으로 로프를 아래로 당기는데 저는 자꾸 왼손이 먼저 나갔습니다. 강사 말대로 오른손을 제동손으로 두려니 손이 어색해서 로프를 제대로 못 잡았고, 왼손으로 바꾸니 이번에는 카라비너 게이트가 손등에 자꾸 걸렸습니다. 왼손잡이라서 그렇다는 걸 알아채기까지 한참 걸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왼손이 제동손인 사람이 확보기와 카라비너를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 강습이나 암장 테스트에서 겪는 혼선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제동손은 어느 손이어야 하나먼저 원칙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제동손은 힘이 더 세고 반사가 빠른 손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제동손이란 확보기 아래쪽 로프를 잡고 추락을 막는 손을 말합니다. 오른손잡이는 오른손, 왼손잡이..
파트너가 오버행 구간에서 연달아 세 번 떨어진 날이었습니다. 리버소로 확보하고 있었는데 세 번째 추락을 잡고 나니 제동손 손바닥이 화끈거렸고, 집에 와서 보니 로프가 지나간 자리에 붉은 줄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음 날 하네스를 잡는데도 손바닥이 쓰라렸습니다. 그때까지 빌레이 장갑은 겨울에나 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이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빌레이 장갑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보기 종류에 따라 장갑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고를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빌레이 장갑이 하는 일빌레이 장갑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첫째, 손을 보호합니다. 확보 중 제동손은 로프가 흐를 때마다 마찰을 받습니다. 추락을 잡거나 하강시킬 때 로프가 손바닥을 빠르게 지나가면 마찰..
첫 확보기를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는 첫 확보기 고르는 법 글에서 제 경험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 다음 단계입니다. 장비점에 가면 ATC, ATC 가이드, 클릭업, 그리그리가 나란히 걸려 있는데, 이름만 봐서는 뭐가 어떻게 다른지 알기 어렵습니다. 네 가지 확보기를 작동 방식, 로프 굵기 호환 범위, 무게, 가격으로 나눠서 비교하고, 어떤 상황에 어떤 제품이 맞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확보기는 크게 두 계열로 나뉩니다시중의 확보기는 작동 방식에 따라 두 계열로 나뉩니다. 하나는 로프가 확보기와 카라비너 사이를 지나가며 생기는 마찰만으로 제동하는 튜브형(수동 확보기)이고, 다른 하나는 로프에 급격한 하중이 걸리면 내부 캠이나 몸체 구조가 로프를 붙잡아 제동을 도와주는 보조 제동형(어시스..
클라이밍을 배우면서 확보기 관련 실수를 직접 경험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실수는 초보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자도 방심하는 순간 반복하는 실수들이었습니다. 실수를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왜 그 원칙이 중요한지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확보기 사용 중 경험자들이 말하는 위험한 실수 TOP 5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 확보 중 딴짓을 하는 것경험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실수입니다. 클라이밍을 오래 하다 보면 확보가 익숙해지면서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 생깁니다. 옆 사람과 대화하거나 다른 루트를 구경하거나 핸드폰을 보는 경우가 생깁니다. 바로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확보 중 딴짓을 하면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클라이머의 움직임을 놓쳐 로프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