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메인 파트너가 클라이밍 시작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암장에서 만난 분이에요. 처음엔 그냥 인사 정도만 했는데, 6개월쯤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빌레이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매주 만나는 사이고, 인수봉, 선인봉, 영월까지 같이 다녀왔습니다. 좋은 파트너 만나기는 시간이 걸립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클라이밍은 혼자 할 수 없는 운동입니다. 누군가가 내 생명을 줄로 잡고 있다는 게 단순한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파트너 선택과 신뢰 쌓기는 그냥 친목이랑은 달라요. 처음 파트너를 만들 때 어떤 순서로 신뢰를 쌓아가면 좋을지 정리해 보았습니다.처음 만났을 때는 정보 교환이 먼저경력이 얼마나 됐는지, 주로 어디서 등반하는지, 빌레이 경험은 충분한지, 쓰는 확보기는 뭔지, 체중이 대략 얼마인..
저도 5년차 됐을 때 한번 큰 위험을 겪었어요. 친구와 빌레이 중에 옆 클라이머가 흥미로운 동작 시도하길래 잠깐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 순간 친구가 갑자기 추락. 다행히 0.5초 만에 시선 돌려서 잡긴 했지만 식은땀 흘렸어요. 그 후로 빌레이 중 시선 돌리는 습관 완전히 끊었습니다. 사고는 정말 한순간입니다.주변 클라이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슷한 경험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처음 가는 어려운 코스가 아니라 매일 가는 동네 암장에서 벌어진다는 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익숙함이 방심을 부르기 때문이에요. 빌레이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건 잘못된 기술이 아니라 집중력입니다.빌레이 중 집중을 흩뜨리는 요인저도 빌레이하다가 정신이 다른 데 가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
작년 강원도 영월 자연 암장 갔다가 영어권 외국인 클라이머와 동행 빌레이를 한 적이 있어요. 사인 용어를 영어로 미리 정리해놨던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Belay on", "Climbing", "Take" 같은 기본 사인만 알아도 호흡이 맞더라고요. 글로벌 시대 클라이머라면 양쪽 언어 다 익혀두세요.클라이밍은 두 사람의 협업입니다. 등반 중 짧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안전을 좌우해요. 표준 사인 용어를 알아두면 어떤 파트너와도 호흡이 맞습니다. 반대로 사인이 애매하면 서로 다른 판단을 하게 되고, 그 어긋남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사인 용어가 짧은 이유본격적으로 용어를 살펴보기 전에 한 가지 짚고 갈 부분이 있습니다. 클라이밍 사인이 하나같이 짧은 데는 이유가 있어요.등반 중에는 거리가 멀고 바람이..
자연 암장에 갔는데 확보기를 깜빡 놓고 왔다거나 잃어버렸다면? 등반을 포기해야 할까요? 다행히 그렇지 않습니다. 확보기 없이도 카라비너 하나만 있으면 빌레이가 가능합니다. '뮌터 히치'라는 매듭 방식인데요. 모든 클라이머가 익혀둬야 할 응급 기술입니다.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당부드립니다. 이 글은 뮌터 히치가 어떤 기술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려는 것이지, 글만 읽고 실전에 바로 쓰시라는 뜻이 아닙니다. 매듭은 글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방향이 하나만 어긋나도 전혀 다른 매듭이 됩니다. 반드시 강사나 숙련자에게 직접 배우고, 지상에서 충분히 확인받은 뒤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뮌터 히치란 무엇인가?뮌터 히치(Munter Hitch)는 스위스 산악 가이드 베르너 뮌터가 정립한 것으로 알려진 매듭 ..
저는 처음에 블랙다이아몬드 ATC-XP를 사용했는데 싱글 로프 위주 환경에서는 충분했습니다. 자연 암장 나가기 시작하면서 리버소 4로 교체했어요. 두 슬롯이 있어서 하프 로프도 대응 가능하더라고요. 사용 환경이 확장될수록 장비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환경을 커버하는 장비는 없어요.싱글 로프와 하프 로프는 사용하는 확보기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로프 종류부터 구분하기확보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로프 자체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클라이밍 로프는 인증 방식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뉩니다.싱글 로프는 한 줄만으로 등반 하중을 감당하도록 인증받은 로프입니다. 로프 끝 표시에 숫자 1이 원 안에 적혀 있습니다. 우리가 실내 암장에서 쓰는 로프가 대부..
작년 여름 설악산 천화대에서 처음으로 더블 로프 시스템을 실전에서 썼습니다. 이론으로는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벽에 붙으니 손이 따로 놀더군요. 특히 어느 줄을 어느 볼트에 걸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게 계속 걸렸습니다. 경험 많은 선배가 함께 있어서 무사히 내려왔지만, 그날 이후로 실내에서 따로 연습해야 했습니다.더블 로프는 알파인이나 긴 자연 암벽 루트에서 피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다만 장비를 갖췄다고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운용 자체가 하나의 기술이에요. 이 글에서는 실제로 써보면서 알게 된 실전 운용 부분을 정리합니다.하프와 트윈, 운용 방식이 갈리는 지점더블 로프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두 시스템의 차이는 결국 클립을 어떻게 하느냐로 갈립니다.하프 로프는 두 줄을 각각 다른 확보물에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