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보 지점 바로 아래에서 추락했는데 빌레이어 머리 위 1미터까지 떨어졌습니다. 로프도 느슨하지 않았고, 캠도 누르지 않았는데 그리그리가 잠기지 않은 겁니다. 처음 그 영상을 봤을 때 솔직히 몸이 굳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에서 빌레이를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로프 마찰이 그리그리를 무력화시킨다클라이밍에서 추락이 발생하면 로프에 충격이 실리고, 그 힘이 빌레이 장치에 전달되면서 잠금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원리가 생각보다 쉽게 깨집니다.문제는 로프 마찰(rope drag)입니다. 여기서 로프 마찰이란, 로프가 퀵드로와 바위 모서리를 여러 번 꺾으며 지나갈 때 발생하는 저항을 말합니다. 루트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 형태라면 마찰은 상당히 커집니다. 클라이머가 추락해도 그 충격의 상당 부분이 마찰에 흡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엔 장비 몇 개 빠뜨리고 바위 앞에 선 적이 있습니다. 퀵드로우 개수를 잘못 세서 루트 중간에 멈춰 선 그 민망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기술만큼이나 준비가 전부입니다. 필수장비 챙기기부터 확보기술, 등반윤리까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짚어두면 바위에서의 경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필수장비, 정말 다 챙기고 계신가요?장비 목록을 보면 "이 정도는 당연히 알지" 싶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당연함'을 믿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산에서 루트 볼트 개수를 확인하지 않고 퀵드로우 6개만 챙겼는데, 막상 등반하다 보니 7개 루트였습니다. 4개를 걸고 나서야 알았죠. 피지컬이나 기술로는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었겠지만, 그 선택은 하지 않았습니다. 과감하게 내려..
베테랑 코치가 빌레이를 봤는데도 클라이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면, 문제는 경험 부족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실제로 기록된 영상에서 프로 클라이머가 다리와 척추가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저는 그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여러 번 돌려봤습니다. 볼수록 아찔했던 건 실수의 크기가 아니라 실수의 개수였습니다. 사고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여러 실수의 합산이었다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프로 클라이머 사라는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코치와 훈련 캠프에 참가 중이었습니다. 그날의 등반은 그녀에게 첫 번째 루트였고,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폴(fall), 즉 추락 연습을 하는 것이 그녀의 평소 루틴이었습니다. 그런 일상적인 훈련이 다리 양쪽 골절과 척추 골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저는 지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