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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이 사고 (확보 기술, 그리그리 사용법, 추락 예방)

영블레스 2026. 7. 15. 10:40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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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코치가 빌레이를 봤는데도 클라이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면, 문제는 경험 부족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실제로 기록된 영상에서 프로 클라이머가 다리와 척추가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저는 그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여러 번 돌려봤습니다. 볼수록 아찔했던 건 실수의 크기가 아니라 실수의 개수였습니다.

     

    빌레이 사고로 12m에서 추락하는 모습
    빌레이어의 잘못으로 추락하는 모습

    사고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여러 실수의 합산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프로 클라이머 사라는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코치와 훈련 캠프에 참가 중이었습니다. 그날의 등반은 그녀에게 첫 번째 루트였고,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폴(fall), 즉 추락 연습을 하는 것이 그녀의 평소 루틴이었습니다. 그런 일상적인 훈련이 다리 양쪽 골절과 척추 골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빌레이를 보면서 등반자를 바닥에 추락시킨 적이 없습니다. 그게 자랑이 아니라,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을 때 답은 단순했습니다. 빌레이 시작 전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등반자에게서 시선을 절대 놓지 않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사고를 보면 그 기본이 얼마나 많이 무너져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확보자였던 코치는 등반 초반에는 집중해서 빌레이를 봤지만, 등반이 중반을 넘어서자 다른 코치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빌레이어가 한 명이 아니라 코치가 세 명이나 있었는데, 나머지 두 명도 잘못된 빌레이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라 본인도 코치들이 계속 대화하는 걸 들었지만, 다년간의 경험을 가진 자신의 코치를 신뢰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 확보자가 등반자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제3자와 대화하며 주의 분산
    • 세 명의 코치 중 아무도 잘못된 빌레이 기술에 대해 지적하지 않음
    • 등반자(사라) 본인도 코치를 신뢰한 나머지 문제를 알면서도 언급하지 못함
    • 추락 순간 확보자의 반응이 너무 늦어 로프를 거의 놓친 상태에서 뒤늦게 제동 시도
    요약: 이 사고는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집중력 이탈과 잘못된 기술 그리고 주변의 침묵이 겹쳐 만들어진 복합 사고였습니다.

     

    그리그리 사용법, 제조사 권고가 왜 존재하는지 이제는 알겠다

    이 사고에서 사용된 확보 장비는 Petzl의 그리그리(Grigri)였습니다. 그리그리란 추락이 발생하면 캠(cam) 기구가 자동으로 로프를 잠아주는 반자동 확보기입니다. 쉽게 말해, 확보자가 실수로 로프를 놓치더라도 자동으로 제동이 걸리도록 설계된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자동 잠금 기능은 로프에 일정 이상의 장력이 걸려야 작동하고, 캠을 누르는 상태에서는 이 기능이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됩니다. 바로 이 구조가 이번 사고의 핵심이었습니다.

    Petzl 공식 사용 지침(출처: Petzl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로프를 줄 때는 최소 세 손가락으로 제동 측 로프를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캠을 눌러 빠르게 로프를 공급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확보기는 DMM 피봇과 Petzl 그리그리 두 가지인데, 어떤 장비를 쓰든 제동 측 로프에서 손을 놓은 적은 없습니다. 그게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당 코치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로프를 끼우는 방식으로 로프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 가위 파지법은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로프가 쉽게 빠져나가고, 실제로 그 순간 그렇게 됐습니다. 게다가 장갑 사용도 문제였습니다. 두꺼운 장갑을 낀 상태에서 그리그리의 캠을 조작하면 로프 감각이 크게 떨어집니다. 저는 자동 제동 확보기를 사용할 때 장갑을 거의 끼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로프의 장력과 미끄러짐을 손으로 느껴야 하는데, 두꺼운 소재가 그 감각을 차단합니다.

    클리핑(clipping)이란 등반자가 로프를 퀵드로우(quickdraw)에 걸어 확보 지점을 만드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이 순간은 확보기의 자동 제동 기능이 비활성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빌레이어가 가장 집중해야 하는 타이밍입니다. 사라가 마지막에서 두 번째 퀵드로우에 클리핑을 하는 그 순간, 코치는 그녀가 위로 계속 올라갈 것이라 판단하고 캠을 눌러 슬랙(slack), 즉 여유 로프를 더 공급하려 했습니다. 그 찰나에 왼손에서 로프가 빠져나갔고, 바닥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스포츠클라이밍 안전 연구를 다룬 자료(출처: Climbing Magazine 빌레이 안전 가이드)에서도 확보기 오작동 사고의 상당수는 제동 측 로프 파지 실패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요약: 그리그리의 자동 제동 기능은 캠을 누르는 순간 비활성화되며, 이 때 제동 측 로프에서 손이 떨어지면 어떤 베테랑도 추락을 막을 수 없습니다.

     

    추락 예방을 위해 지금 당장 바꿔야 할 빌레이 습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고를 분석하면 할수록, 문제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기본을 무시한 습관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더 명확해졌습니다. 주변에서 간혹 잘못된 파지법이나 확보기 조작 방식을 보고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오히려 기분 나쁘다는 반응이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그 뒤로는 다른 사람의 빌레이 방식에 대해 굳이 말을 꺼내지 않게 됐습니다. 클라이밍은 확보자와 등반자 사이의 신뢰와 파트너십이 있는 관계고, 각자의 스타일이라는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사고를 보고 나서는 그 경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사고는 그 순간 한 번의 실수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미 내부에 수많은 위험 요인이 쌓여 있고, 거기에 작은 실수 하나가 더해졌을 때 대형 사고로 터집니다. 잘못된 파지법, 장비 오용, 주의 분산, 주변의 침묵. 이 네 가지가 동시에 겹쳤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 사고가 정확히 보여줬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확보기 제조사의 권고 사항은 단순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실제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준입니다. '나는 수십 년간 문제없었다'는 것은 단지 아직 그 상황이 오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저는 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집중력을 의식적으로 끌어올리는 짧은 순간을 갖습니다. 대화를 끊고, 시선을 등반자에게 고정하고, 제동 측 손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합니다. 이것이 제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등반자를 바닥에 추락시키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추락 예방을 위해 지금 바로 점검할 수 있는 항목들입니다.

    • 제동 측 로프에서 손을 절대 놓지 않는다. 캠을 누르는 순간에도 최소 세 손가락은 로프를 잡고 있어야 합니다.
    • 클리핑 순간에 반드시 등반자를 주시한다. 이 때가 자동 제동 기능이 비활성화되는 가장 위험한 구간입니다.
    • 빌레이 중 제3자와의 대화는 최소화하고, 등반자가 추락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상황임을 항상 염두에 둡니다.
    • 두꺼운 장갑 착용은 로프 감각을 차단합니다. 자동 제동 확보기 사용 시 장갑 착용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세요.
    • 사용하는 확보기의 제조사 권고 사항을 반드시 숙지하고, 창의적인 파지법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요약: 빌레이 사고 예방의 핵심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제조사 권고를 따르는 기본 파지법과 등반자에 대한 집중력 유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리그리는 자동 제동 장치인데 왜 로프를 잡고 있어야 하나요?

    A. 그리그리의 자동 잠금 기능은 로프에 충분한 장력이 걸릴 때 작동하며, 캠을 누르고 있는 동안에는 이 기능이 비활성화됩니다. 즉, 로프를 공급하는 순간만큼은 확보자의 손이 유일한 제동 장치입니다. '자동'이라는 말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이번 사고처럼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Q. 빌레이 볼 때 장갑을 끼면 안 되나요?

    A. 장갑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두꺼운 장갑은 로프 감각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특히 그리그리처럼 캠 조작이 필요한 자동 제동 확보기를 사용할 때는 정밀한 손 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두꺼운 소재의 장갑은 오히려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장갑이 필요하다면 얇고 피트감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습니다.

     

    Q. 빌레이 중에 잠깐 대화하는 건 괜찮지 않나요?

    A. 특히 클리핑 순간처럼 자동 제동 기능이 비활성화되는 구간에서의 주의 분산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 사고에서도 코치는 전반적으로 숙련된 빌레이를 보여줬지만, 대화에 정신이 팔린 바로 그 순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빌레이 중 대화는 최소화하고, 적어도 등반자가 클리핑하는 순간만큼은 시선을 위로 향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Q. 옆에서 보고 잘못된 빌레이를 발견하면 말해줘야 하나요?

    A. 이 사고에서 코치 세 명 중 아무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것이 결국 사고를 키웠습니다. 클라이밍은 파트너십이 중요한 스포츠인 만큼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하게 되지만, 명확한 안전 기준을 벗어난 경우라면 조심스럽게라도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파트너에 대한 진정한 배려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떻게 말하느냐의 방식도 중요합니다.

     

    결론

    사라는 사고 4개월 후 인터뷰에서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다시 등반하러 갈 거라고. 더 이상 울 눈물도 없어서 그냥 웃어넘긴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편리함을 위해 기본을 무시하거나, 베테랑이라는 자부심으로 제조사 권고를 건너뛰는 순간, 이미 사고의 내적 요인은 충분히 쌓인 겁니다. 거기에 주의 분산이라는 작은 방아쇠 하나만 더해지면 됩니다. 모든 확보기와 장비는 반드시 제조사가 권고한 방식대로 사용해야 하고,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위험이 함께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내 빌레이 파지법이 올바른지, 제동 측 로프에서 손이 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클리핑 순간에 시선이 어디 있는지를 한 번만 점검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게 이 글을 읽은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BGkKqLhM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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