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보 지점 바로 아래에서 추락했는데 빌레이어 머리 위 1미터까지 떨어졌습니다. 로프도 느슨하지 않았고, 캠도 누르지 않았는데 그리그리가 잠기지 않은 겁니다. 처음 그 영상을 봤을 때 솔직히 몸이 굳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에서 빌레이를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로프 마찰이 그리그리를 무력화시킨다클라이밍에서 추락이 발생하면 로프에 충격이 실리고, 그 힘이 빌레이 장치에 전달되면서 잠금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원리가 생각보다 쉽게 깨집니다.문제는 로프 마찰(rope drag)입니다. 여기서 로프 마찰이란, 로프가 퀵드로와 바위 모서리를 여러 번 꺾으며 지나갈 때 발생하는 저항을 말합니다. 루트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 형태라면 마찰은 상당히 커집니다. 클라이머가 추락해도 그 충격의 상당 부분이 마찰에 흡수..
그리그리(GriGri)를 쓸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추락 순간 제동손이 로프에 쓸려 나가는 경험을 해보셨습니까? 저는 은평인공암벽장에서 1주일에 한 번꼴로 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놀랍게도 가장 많이 다치는 건 완전 초보가 아니라, 이제 막 초보 딱지를 떼려는 초중급자였습니다. 반쯤 아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이 클라이밍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제동손 부상, 왜 초중급자에게 더 자주 생기나그리그리의 핵심 원리는 캠(Cam) 잠금 구조입니다. 여기서 캠이란 등반자가 추락하는 순간 로프를 물어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주는 내부 회전 부품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 캠이 마법처럼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동손, 즉 빌레이어(Belayer)가 항상 제동 쪽 로프를 잡고 있어야..
베테랑 코치가 빌레이를 봤는데도 클라이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면, 문제는 경험 부족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실제로 기록된 영상에서 프로 클라이머가 다리와 척추가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저는 그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여러 번 돌려봤습니다. 볼수록 아찔했던 건 실수의 크기가 아니라 실수의 개수였습니다. 사고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여러 실수의 합산이었다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프로 클라이머 사라는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코치와 훈련 캠프에 참가 중이었습니다. 그날의 등반은 그녀에게 첫 번째 루트였고,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폴(fall), 즉 추락 연습을 하는 것이 그녀의 평소 루틴이었습니다. 그런 일상적인 훈련이 다리 양쪽 골절과 척추 골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저는 지금까..
저도 5년차 됐을 때 한번 큰 위험을 겪었어요. 친구와 빌레이 중에 옆 클라이머가 흥미로운 동작 시도하길래 잠깐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 순간 친구가 갑자기 추락. 다행히 0.5초 만에 시선 돌려서 잡긴 했지만 식은땀 흘렸어요. 그 후로 빌레이 중 시선 돌리는 습관 완전히 끊었습니다. 사고는 정말 한순간입니다.클라이밍 사고 통계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사고의 상당수가 '익숙한 환경'에서 일어난다는 거예요. 처음 가는 어려운 코스가 아니라, 매일 가는 동네 암장에서. 이유는 단순합니다. 익숙함이 방심을 부르기 때문이에요. 빌레이의 가장 큰 적은 잘못된 기술이 아니라 집중력 부족입니다.빌레이 중 집중을 흩뜨리는 요인저도 빌레이하다가 정신이 다른 데 가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가장 흔한 흩뜨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