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그리(GriGri)를 쓸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추락 순간 제동손이 로프에 쓸려 나가는 경험을 해보셨습니까? 저는 은평인공암벽장에서 1주일에 한 번꼴로 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놀랍게도 가장 많이 다치는 건 완전 초보가 아니라, 이제 막 초보 딱지를 떼려는 초중급자였습니다. 반쯤 아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이 클라이밍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제동손 부상, 왜 초중급자에게 더 자주 생기나그리그리의 핵심 원리는 캠(Cam) 잠금 구조입니다. 여기서 캠이란 등반자가 추락하는 순간 로프를 물어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주는 내부 회전 부품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 캠이 마법처럼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동손, 즉 빌레이어(Belayer)가 항상 제동 쪽 로프를 잡고 있어야..
베테랑 코치가 빌레이를 봤는데도 클라이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면, 문제는 경험 부족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실제로 기록된 영상에서 프로 클라이머가 다리와 척추가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저는 그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여러 번 돌려봤습니다. 볼수록 아찔했던 건 실수의 크기가 아니라 실수의 개수였습니다. 사고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여러 실수의 합산이었다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프로 클라이머 사라는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코치와 훈련 캠프에 참가 중이었습니다. 그날의 등반은 그녀에게 첫 번째 루트였고,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폴(fall), 즉 추락 연습을 하는 것이 그녀의 평소 루틴이었습니다. 그런 일상적인 훈련이 다리 양쪽 골절과 척추 골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저는 지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