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코치가 빌레이를 봤는데도 클라이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면, 문제는 경험 부족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실제로 기록된 영상에서 프로 클라이머가 다리와 척추가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저는 그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여러 번 돌려봤습니다. 볼수록 아찔했던 건 실수의 크기가 아니라 실수의 개수였습니다. 사고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여러 실수의 합산이었다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프로 클라이머 사라는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코치와 훈련 캠프에 참가 중이었습니다. 그날의 등반은 그녀에게 첫 번째 루트였고,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폴(fall), 즉 추락 연습을 하는 것이 그녀의 평소 루틴이었습니다. 그런 일상적인 훈련이 다리 양쪽 골절과 척추 골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저는 지금까..
첫 번째 볼트 근처에서 파트너가 추락하는 순간, 몸이 굳어버린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입문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 상황을 실제로 겪었습니다. 등반자가 떨어지는데 제 발이 그 자리에 못 박혀 있었고, 로프는 제대로 당겨지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큰 사고는 없었지만, 그날 이후 저점 추락 확보가 얼마나 별도의 기술인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교과서에는 없고, 직접 맞닥뜨려야만 느끼는 영역입니다. 저점 추락이 왜 이렇게 까다로운가클라이밍에서 '저점 추락'이란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퀵드로우(quickdraw) 근방, 즉 지면에서 불과 2~4미터 사이에서 발생하는 추락을 말합니다. 여기서 퀵드로우란 볼트와 로프를 연결하는 두 개의 카라비너와 슬링으로 이루어진 장비로, 확보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
솔직히 저는 그리그리를 처음 쓰던 시절, 장비 몸통을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캠 작동 원리를 몰랐으니까요. 등반자에게 로프를 줄 때는 그럭저럭 됐지만, 막상 추락 순간엔 로프가 그냥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그리(Grigri)는 반자동 확보 장치입니다. '반자동'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손을 놔도 된다는 뜻이 절대 아닌데, 그 오해가 가장 위험한 실수의 출발점이었습니다.로프 삽입, 생각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그리그리에 로프를 넣는 방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순서가 틀리면 제동 메커니즘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장비 덮개를 열고 캠(Cam) 주변으로 로프를 통과시켜야 하는데, 여기서 캠이란 로프가 당겨질 때 회전하며 로프를 물어 제동을 거는 내부 회전 부품을 의미합니다. 로프가 캠을 제대로 감싸지 않..
솔직히 저는 처음 확보기를 사러 갔을 때 뭘 봐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리그리가 비싸니까 좋은 거겠지, 라는 단순한 생각만 있었고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나왔습니다. 10년 가까이 실내외 클라이밍을 병행하면서 지금은 여러 확보기를 상황에 맞게 쓰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첫 확보기,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확보기 구매 전, 이것부터 확인하세요확보기를 고르기 전에 먼저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등반할 건지 정해야 합니다. 실내 암장에서 탑로프(top rope) 위주로 할 건지, 리드 클라이밍(lead climbing)까지 배울 건지에 따라 선택 기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기서 탑로프란 로프가 위에서 이미 고정된 상태에서 등반하는 방식을..
저는 실내에서 1년 정도 빌레이 경험 쌓고 처음 인수봉을 갔어요. 가는 길부터 이미 긴장이 됐고, 첫 빌레이 시작하는 순간에 손이 떨렸습니다. 다행히 자연 경험 많은 선배가 옆에서 차근차근 알려줬는데, 그날 저녁에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잠들었어요. 자연 빌레이는 처음에 누구나 그래요. 그냥 그런 거니까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근데 실내에서만 빌레이 해보다가 자연 처음 가면 헷갈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같은 빌레이인데 환경이 완전히 달라서요. 어떤 점이 다른지 하나씩 짚어볼게요.1. 확보 시스템부터 다릅니다.실내는 탑로프 앵커가 이미 천장에 걸려있고, 리드 코스도 볼트가 일정하게 잘 박혀있어요. 그냥 하네스 매고 클립하면서 올라가면 되는 구조입니다.자연은 그게 없는 경우..
저도 5년차 됐을 때 한번 큰 위험을 겪었어요. 친구와 빌레이 중에 옆 클라이머가 흥미로운 동작 시도하길래 잠깐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 순간 친구가 갑자기 추락. 다행히 0.5초 만에 시선 돌려서 잡긴 했지만 식은땀 흘렸어요. 그 후로 빌레이 중 시선 돌리는 습관 완전히 끊었습니다. 사고는 정말 한순간입니다.주변 클라이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슷한 경험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처음 가는 어려운 코스가 아니라 매일 가는 동네 암장에서 벌어진다는 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익숙함이 방심을 부르기 때문이에요. 빌레이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건 잘못된 기술이 아니라 집중력입니다.빌레이 중 집중을 흩뜨리는 요인저도 빌레이하다가 정신이 다른 데 가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