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멀티피치 하강할 때 항상 프루지크 백업을 설치합니다. 북한산 선인봉 하강 중에 한번 손에 땀이 많이 차서 순간적으로 로프가 미끄러진 적이 있어요. 프루지크가 자동으로 잡아줘서 별 일 없었는데, 그때 이게 왜 필요한지 확실히 알았습니다. 실내에서는 안 하지만 자연 암장에서는 무조건 합니다. 추가 1분의 설치 시간, 안전은 배 이상 올라갑니다.
하강할 때 확보기 아래쪽에 매듭을 하나 더 묶는 모습,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걸 '백업 노트' 또는 '팁 노트'라고 부릅니다. 확보기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잠기지 않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예요. 모든 상황에 필요한 건 아니지만 특정 환경에서는 필수입니다.
백업 노트의 원리
백업 노트는 로프에 매듭이나 친구 매듭(Prusik Knot)을 묶어서 확보기 뒤쪽에 두는 방식입니다.
하강 중 확보기가 갑자기 잠기지 않거나 확보자가 제동 손을 놓치면 이 매듭이 카라비너나 확보기 본체에 걸리면서 로프 이동을 막습니다. 일종의 이중 안전장치예요.
주요 방식 세 가지
1. 프루지크 매듭

30cm 정도의 6mm 보조 로프로 메인 로프에 프루지크 매듭을 묶습니다. 확보기 아래쪽에 위치시키고 다른 쪽 끝은 하네스나 별도 카라비너에 연결.
하강할 때 한 손으로 프루지크를 살짝 눌러서 로프 이동을 허용하고, 손을 놓으면 프루지크가 자동으로 로프를 잡아 하강을 멈춥니다.
2. 어셔 매듭(Autoblock)

프루지크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방식으로 감은 매듭. 풀기 쉽고 조작이 편합니다. 6mm 또는 7mm 보조 로프 사용.
- 레그 루프 백업
보조 로프의 한쪽을 하네스 레그 루프에 연결합니다. 이렇게 하면 확보자가 기절하거나 의식을 잃었을 때도 매듭이 유지됩니다.
어떤 상황에 필요한가
필요한 상황
- 자연 암장 멀티피치 하강
- 낯선 환경에서의 하강
- 장시간 하강 (높은 피치)
- 눈이나 비로 손이 미끄러운 환경
- 장비 상태가 불확실한 상황
- 구조 작업 중 하강
선택적 상황
- 실내 암장 일반 하강 (대부분 불필요)
- 경험 많은 클라이머의 짧은 하강
- 보조 제동 확보기 사용 시 (그리그리 등)
불필요한 경우
- 빌레이 (하강이 아닌 일반 빌레이)
- 탑로프 상황에서 일반 하강
백업 노트 없이 하강이 위험한 이유
튜브형 확보기(ATC, 레버소 등)는 자동 잠금 기능이 없습니다. 하강 시 제동 손이 유일한 안전장치예요.
만약 확보자가 다음과 같은 상황에 놓이면 바로 자유낙하로 이어집니다.
- 갑자기 기절하거나 심장 문제 발생
- 낙석이나 낙빙에 맞아 의식 상실
- 손에 경련이 나서 로프를 놓침
- 벌레 물려서 놀라 손을 놓침
실제로 이런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어서 백업 노트가 표준 안전 절차로 권장되고 있어요.
프루지크 매듭 묶는 법
프루지크 매듭 묶는 방법을 간단히 정리합니다.
- 6mm 보조 로프를 60cm 정도 준비. 양쪽 끝을 매듭으로 연결해 고리로 만듭니다.
- 이 고리를 메인 로프 위에 올립니다.
- 고리의 한 쪽을 메인 로프를 감싸며 3번 통과시킵니다.
- 남은 고리 끝을 잡아 당깁니다. 프루지크 매듭이 형성됩니다.
- 매듭을 잡고 움직여보세요. 손으로 잡을 땐 움직이고 놓으면 로프에 고정되어야 정상.
이 매듭은 집에서 연습 많이 하시기를 권합니다. 실전에서 버벅대지 않으려면 손에 익어야 해요.
설치 위치
확보기 아래쪽(제동 쪽)에 위치시키는 게 표준입니다. 이렇게 하면 확보기가 잠기지 않을 때 매듭이 자동으로 조여서 잠가줍니다.
단, 매듭이 확보기에 너무 가까우면 안 됩니다. 하강 중 매듭이 확보기에 끼여서 오작동할 수 있어요. 20~30cm 정도 간격이 적절합니다.
백업 노트의 한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속도 제어 한계. 프루지크는 하중 하에서 묶이는 방식이라 완전한 속도 조절은 제동 손이 담당합니다.
오작동 가능성. 매듭이 너무 느슨하게 묶이면 로프가 통과해버립니다. 매번 설치 후 테스트 필수.
조작 복잡도. 한 손으로 매듭 조작하면서 다른 손으로 제동하는 게 초보자에게 어렵습니다. 충분한 연습이 필요해요.
그리그리 사용 시 백업
보조 제동 확보기를 쓰는 경우 백업 노트가 필요한지 의견이 엇갈립니다.
필요하다는 의견. 그리그리도 고장 가능성이 있고, 복잡한 멀티피치에서는 이중 안전이 유리.
불필요하다는 의견. 그리그리 자체가 자동 잠금이라 백업이 중복.
결론은 환경에 따라 판단입니다. 실내 일반 하강에는 불필요하지만, 복잡한 자연 암장이나 구조 환경에서는 그리그리 + 백업 조합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