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암벽을 처음 다니기 시작했을 때 하강 장비를 따로 챙겨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선배 클라이머에게 물어보니 확보기를 하강기로 겸용할 수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장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지만 겸용 사용법이 확보와는 다르다는 것을 배우면서 별도로 익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확보기를 하강기로 겸용하는 방법과 주의사항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확보기를 하강기로 겸용하는 이유
자연 암벽 등반에서는 완등 후 로프를 이용해 하강해야 합니다. 별도의 하강기를 가지고 다니면 장비 무게가 늘어납니다. 대부분의 튜브형 확보기는 하강기로도 사용할 수 있어 장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ATC 하나로 확보와 하강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자연 암벽 클라이머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ATC로 하강하는 방법
ATC를 하강기로 사용하는 방법은 확보와 원리가 같지만 세팅 방식이 다릅니다.
하강 시에는 하네스가 아닌 앵커에 ATC를 연결합니다. 앵커에 잠금 비너를 연결하고 ATC를 그 비너에 걸어 세팅합니다. 로프 두 가닥을 ATC 슬롯에 각각 통과시킵니다. 로프 양끝이 땅에 닿는지 확인한 뒤 제동 손으로 로프를 잡고 천천히 몸무게를 로프에 싣습니다.
제동 손으로 로프를 잡는 강도에 따라 하강 속도가 달라집니다. 제동 손을 느슨하게 하면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강하게 잡으면 속도가 줄어들거나 멈춥니다. 제동 손은 절대 놓으면 안 됩니다.
처음 하강할 때는 속도 조절이 어렵습니다. 너무 빠르게 하강하면 로프 마찰열로 장갑이 타거나 손에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하강하면서 속도 조절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그리로 하강하는 방법
그리그리는 하강 전용 장비는 아니지만 레버를 활용해 하강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확보 시와 같은 방식으로 하네스에 세팅한 상태에서 사용합니다.
제동 손으로 제동 쪽 로프를 잡고 레버를 천천히 당겨 하강합니다. 레버를 당기는 정도에 따라 하강 속도가 달라집니다. 레버를 놓으면 캠이 작동해 자동으로 로프가 잠기면서 멈춥니다.
그리그리 하강의 가장 큰 장점은 멈추기가 쉽다는 점입니다. 레버를 놓으면 자동으로 멈추기 때문에 중간에 쉬거나 위치를 조정하기 편합니다. 단점은 레버를 너무 많이 당기면 급격히 하강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레버는 항상 조금씩 당기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하강 중 안전 수칙
하강 중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들이 있습니다.
- 로프 길이 확인이 가장 먼저입니다. 하강 전에 로프 양끝이 땅이나 다음 앵커에 닿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로프가 짧으면 하강 중 로프 끝에서 빠져나가는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합니다. 로프 끝에 매듭을 만들어두면 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제동 손 유지는 기본입니다. 하강 중 어떤 상황에서도 제동 손을 놓으면 안 됩니다. 사진을 찍거나 장비를 조작할 때도 제동 손은 항상 로프를 잡고 있어야 합니다.
- 발 위치도 중요합니다. 하강 중 발이 바위 표면을 밀어내면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발이 미끄러지면 몸이 회전하면서 자세가 흐트러집니다.
- 로프 마찰열 주의도 필요합니다. 빠르게 하강하면 로프와 확보기 사이에 마찰열이 발생합니다. 장갑을 착용하면 손을 보호하고 로프 제어가 더 쉬워집니다.
자기 확보 설정
하강 중 안전을 위해 자기 확보를 설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데이지 체인이나 슬링으로 앵커에 자신을 연결한 상태에서 하강 세팅을 하면 세팅 중 추락 위험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강 세팅이 완료되고 자세가 안정된 뒤에 자기 확보를 해제합니다.
멀티피치에서 하강할 때는 특히 자기 확보가 중요합니다. 여러 단을 하강하는 경우 중간 앵커에서 세팅을 바꿀 때 자기 확보 없이 작업하면 위험합니다.
하강기 전용 장비와 겸용의 차이
확보기를 하강기로 겸용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전용 하강기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습니다.
- 에이트 링 같은 전용 하강기는 마찰력이 크고 속도 조절이 쉽습니다. 하지만 무게가 무겁고 자동잠금 기능이 없습니다. 자연 암벽 하강에서 속도를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싶다면 에이트 링이 편할 수 있습니다.
- 확보기 겸용 방식은 장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연 암벽에서 장비 무게를 최소화하려는 클라이머들에게 적합합니다. 다만 전용 하강기보다 속도 조절이 다소 어려울 수 있어 충분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확보기 겸용 하강 방법 정리
| 장비 | 하강 방법 | 주의사항 |
| ATC | 앵커에 연결, 로프 두 가닥 통과 | 제동 손 유지, 속도 조절 |
| 그리그리 | 레버 조작으로 속도 조절 | 레버 과다 조작 금지 |
| 에이트 링 | 전용 하강기 방식 | 자동잠금 없음 |
마무리
확보기를 하강기로 겸용하면 장비를 줄이고 자연 암벽에서 활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ATC는 앵커에 연결해 두 가닥 로프로 하강하고 그리그리는 레버를 조작해 하강합니다. 하강 전 로프 길이 확인과 자기 확보 설정이 안전 하강의 기본입니다. 처음에는 낮은 높이에서 충분히 연습한 뒤 실전에 적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