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페츨 및 uiaa에서 권장하는 그리그리 사용법 (로프삽입, 파지법, 리드빌레이)

영블레스 2026. 7. 12. 15:07

목차


    반응형

    솔직히 저는 그리그리를 처음 쓰던 시절, 장비 몸통을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캠 작동 원리를 몰랐으니까요. 등반자에게 로프를 줄 때는 그럭저럭 됐지만, 막상 추락 순간엔 로프가 그냥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그리(Grigri)는 반자동 확보 장치입니다. '반자동'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손을 놔도 된다는 뜻이 절대 아닌데, 그 오해가 가장 위험한 실수의 출발점이었습니다.

    012

    로프 삽입, 생각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그리그리에 로프를 넣는 방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순서가 틀리면 제동 메커니즘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장비 덮개를 열고 캠(Cam) 주변으로 로프를 통과시켜야 하는데, 여기서 캠이란 로프가 당겨질 때 회전하며 로프를 물어 제동을 거는 내부 회전 부품을 의미합니다. 로프가 캠을 제대로 감싸지 않으면 추락 시 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장비 표면에는 로프 방향을 나타내는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등반자 쪽 로프와 제동 측 로프의 방향이 정확히 그림과 일치해야 합니다. 특히 제동 측 로프는 장비 앞쪽으로 나와야 하고, 이 방향이 반대가 되면 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에는 이 방향 표시가 너무 작아서 대충 감으로 넣었다가 파트너 체크 때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로프 삽입 후에는 반드시 잠금 카라비너(Locking Carabiner)를 사용해 안전벨트 비레이 루프에 연결합니다. 잠금 카라비너란 게이트가 스크류 방식으로 잠기는 카라비너로, 일반 카라비너처럼 외부 충격에 의해 게이트가 열리지 않도록 설계된 장비입니다. 연결이 끝났다면 반드시 파트너 체크(Partner Check)를 수행해야 합니다. 등반 측 로프를 당겨보며 캠이 잠기는지, 제동 측 로프가 올바르게 나왔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 그리그리 덮개를 열고 캠 주변으로 로프를 통과
    • 장비 표면 그림대로 로프 방향 맞추기 (제동 측은 앞쪽으로)
    • 잠금 카라비너로 안전벨트 비레이 루프에 연결
    • 파트너 체크로 캠 작동 여부와 로프 방향 최종 확인

    요약: 로프 삽입 방향과 캠 위치가 정확해야 제동 메커니즘이 작동하며, 파트너 체크는 생략 불가능한 필수 과정입니다.

    파지법, 몸통을 쥐면 안 되는 이유

    제가 초보 시절에 저질렀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이겁니다. 그리그리 몸통을 손바닥으로 감싸 쥐는 것이었죠. 직관적으로 '장비를 단단히 잡으면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인데,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옵니다. 몸통을 꽉 쥐면 내부 캠이 물리적으로 눌려 작동을 방해하게 되고, 추락 상황에서 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페츨(Petzl)의 공식 가이드와 UIAA(국제산악연맹)의 안전 지침 모두 동일하게 강조하는 핵심은 '제동 손은 항상 제동 줄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여기서 UIAA란 국제산악연맹(Union Internationale des Associations d'Alpinisme)의 약자로, 등반 장비의 국제 안전 기준을 제정하고 인증하는 기관입니다(출처: UIAA 공식 사이트). 제동 원칙을 어기는 순간, 등반자는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파지법은 가세비치 기술(Gasevic Technique)을 기준으로 설명됩니다. 이 기술은 스위스 취리히의 가세비치 클라이밍 짐에서 이름을 딴 리드 빌레이 기술로, 검지를 그리그리 중간 이음새 아래에 고정하고, 엄지는 잠금 레버를 아래로 누르며, 나머지 세 손가락은 제동 측 로프를 단단히 감싸는 방식입니다. 이 자세에서는 로프를 빠르게 풀거나 당기는 동작이 모두 가능해집니다. 처음 이 파지법을 연습했을 때 손가락 배치가 어색해서 한동안 헷갈렸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조작이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요약: 그리그리 몸통을 움켜쥐면 캠 작동이 방해받으므로, 가세비치 기술로 검지·엄지·세 손가락의 역할을 각각 분리해서 파지해야 합니다.

    리드 빌레이, 로프를 주고받는 리듬이 전부다

    그리그리를 사용하고 있는 리드빌레이모습
    그리그리를 사용한 리드 빌레이 모습

    리드 빌레이(Lead Belay)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로프를 풀어주는 동작과 당기는 동작 사이의 끊임없는 전환입니다. 리드 빌레이란 등반자가 위에서 아래로 확보 지점을 설치하며 올라가는 방식의 등반을 지상에서 확보하는 행위입니다. 톱로핑과 달리 등반자가 추락하면 확보 지점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빌레이어의 로프 조작 타이밍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세비치 기술을 적용한 리드 빌레이에서는, 로프를 내줄 때 제동 손의 엄지로 잠금 캠을 아래로 누르면서 보조 손(가이드 손)이 필요한 만큼 로프를 밀어냅니다. 이때 제동 손은 원래 위치를 절대 이탈하지 않아야 합니다. 남는 로프는 즉시 회수합니다. 등반자가 클립을 하는 순간처럼 로프를 빠르게 풀어줘야 할 때가 있는데, 이 타이밍에 제동 손이 몸통을 잡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얇은 로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가세비치 기술 없이도 일반 튜브형 확보 장치처럼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은 비교적 얇은 로프에서만 원활하게 작동하고, 두꺼운 로프에서는 캠의 저항이 커져 조작이 불편해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두꺼운 로프로 튜브 스타일 핸들링을 시도하면 로프가 걸려서 등반자에게 슬랙을 주는 타이밍을 놓치기 쉽습니다. 상황에 맞는 파지법을 선택하되, 기본은 가세비치 기술로 익혀두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요약: 리드 빌레이의 핵심은 제동 손 위치를 유지하면서 가이드 손으로 로프를 조절하는 것이며, 로프 굵기에 따라 파지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그리 플러스의 안티 패닉 기능, 과신은 금물입니다

    그리그리를 사용한 레버 조작 하강 모습
    그리그리 레버 조작

    그리그리 플러스(Grigri+)에는 안티 패닉(Anti-Panic)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안티 패닉 기능이란, 하강 중 빌레이어가 당황해 하강 레버를 무의식적으로 과하게 당겼을 때 장치가 자동으로 제동을 거는 보조 안전장치입니다. 기존 그리그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패닉 그랩(Panic Grab)' 사고, 즉 공황 상태에서 레버를 끝까지 당겨 로프 제어를 잃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페츨이 도입한 기능입니다(출처: Petzl 공식 사이트).

    하지만 이 안티 패닉 레버는 제동 손이 제동 줄을 올바르게 잡고 있을 때만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안티 패닉이라는 이름 때문에 손 위치가 틀려도 어떻게든 버텨줄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제동 손 위치가 틀리면 이 기능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또 한 가지, 빌레이를 볼 때 한 손으로 그리그리 전체를 감싸 쥐면 잠금 메커니즘이 오히려 눌려 해제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등반자를 하강시킬 때는 제동 손이 제동 줄을 잡은 상태에서 가이드 손의 검지와 약지로 하강 레버를 조절하며 로프 속도를 제어합니다. 로프가 장치를 통과하는 속도는 주로 이 레버 조작에 달려 있습니다. 착지 직전 마지막 몇 미터 구간에서는 특히 착지 구역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며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국내 클라이밍 현장에서는 아직도 구전으로 전해지는 잘못된 조작법이 빈번하게 퍼져 있는데, 이런 현실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공식 가이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보는 것이, 장비 하나를 더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요약: 안티 패닉 기능은 제동 손 위치가 올바를 때만 작동하며, 장비 몸통을 감싸 쥐면 오히려 잠금이 해제될 수 있으므로 공식 가이드 숙지가 필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리그리는 제동 손을 안 잡아도 자동으로 멈추지 않나요?

    A. 그리그리는 반자동 확보 장치이지, 완전 자동이 아닙니다. 캠 메커니즘이 추락 충격에 반응해 로프를 물어주기는 하지만, 제동 손이 제동 줄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페츨과 UIAA 모두 제동 손은 항상 제동 줄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Q. 가세비치 기술, 왼손잡이도 쓸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왼손잡이의 경우 왼손 검지를 레버 고정 지점 아래로 움직여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좌우 대칭 구조로 운용하면 됩니다. 다만 처음에는 손가락 배치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 지상에서 충분히 반복 연습한 뒤 실제 등반에 적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Q. 그리그리 플러스와 기존 그리그리의 차이가 뭔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안티 패닉 기능의 유무입니다. 그리그리 플러스는 하강 중 레버를 과하게 당겼을 때 자동으로 제동을 거는 보조 안전장치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기능도 제동 손이 올바른 위치에 있을 때만 작동하므로, 장비가 업그레이드됐다고 해서 올바른 파지법을 생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Q. 톱로핑 빌레이랑 리드 빌레이에서 그리그리 조작이 다른가요?

    A. 기본 원리는 같지만 동작의 흐름이 다릅니다. 톱로핑에서는 제동 손이 호를 그리며 슬랙 로프를 당기고 가이드 손이 등반자 쪽 로프를 유도하는 반복 동작이 중심입니다. 리드 빌레이에서는 등반자의 이동 방향과 속도에 맞춰 로프를 내주고 회수하는 전환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므로, 가세비치 기술을 통한 정확한 파지법이 특히 중요합니다.

    결론

    그리그리는 분명 편리한 장비입니다. 하지만 반자동이라는 특성이 오히려 사용자를 방심하게 만드는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그 함정에 빠졌었고, 국내 클라이밍 현장에서 구전으로 퍼진 잘못된 파지법을 아직도 사용하는 분들을 꽤 자주 보게 됩니다. 캠 원리를 이해하고, 가세비치 기술을 정확하게 익히고, 공식 가이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어떤 고가 장비보다 더 중요한 안전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손가락 배치가 어색하고 조작이 느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에서 로프와 장비를 들고 반복 연습하다 보면 반드시 익숙해집니다. 파트너의 생명을 책임지는 장비인 만큼, 딱 한 번만 제대로 배워두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AxY-BBSlGc

    반응형